사업 아이디어가 번뜩일 때의 느낌, 아마 다들 아실 겁니다. 샤워하다가, 혹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문득 "이거 대박 나겠는데?" 싶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죠. 하지만 막상 책상 앞에 앉아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려고 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거나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게 됩니다. "뭔가 혁신적인 플랫폼인데...",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건데..." 말끝만 흐리다가 결국 아무것도 적지 못한 채 노트북을 덮어버린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머릿속 아이디어는 형체가 없는 기체 상태와 같습니다. 이것을 붙잡아 두지 않으면 금세 증발해 버리죠.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 날아가는 생각들을 단단히 붙들어 맬 '도구'가 필요합니다. 바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모여서 떠드는 게 브레인스토밍이 아닙니다. 진짜 고수들은 아이디어를 문장이 아닌 '단어' 단위로 포착하여 사냥합니다. 마치 낚시꾼이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낚아 올리듯,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키워드들을 건져 올리는 구체적인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뜬구름 잡는 아이디어를 손에 잡히는 비즈니스 모델로 바꾸는 실전 브레인스토밍 기법, 그중에서도 '단어 포착'의 기술을 소개하려 합니다.

만다라트 기법: 생각의 확장을 강제하는 81칸의 마법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는 일본의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했다고 해서 유명해진 '만다라트(Mandal-Art)' 기법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가로세로 3칸씩, 총 9칸으로 된 정사각형을 그립니다. 그리고 정중앙에 당신의 핵심 주제를 적습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 사업'이라고 적어보죠. 이제 나머지 8칸을 이 주제와 연관된 단어로 채우는 겁니다. [사료], [산책], [병원], [미용], [장난감], [옷], [호텔], [보험]. 이렇게 1차 확장이 끝났습니다. 여기서 멈추면 하수입니다. 이제 이 8개의 단어를 각각 새로운 9칸 정사각형의 중심에 다시 적습니다. '사료'를 중심에 두고 또다시 8칸을 채웁니다. [유기농], [구독], [맞춤형], [다이어트], [알러지], [간식], [수제], [배달]. 이런 식으로 총 81칸을 채우다 보면, 처음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들이 튀어나옵니다. '알러지 있는 강아지를 위한 맞춤형 수제 간식 구독 서비스' 같은 구체적인 문장이 단어의 조합만으로 완성되는 것이죠. 만다라트의 핵심은 빈칸을 채워야 한다는 강제성입니다. 뇌는 빈 곳을 보면 채우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어서, 억지로라도 생각을 쥐어짜 내게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뻔한 생각이 아닌 창의적인 연결이 일어납니다.
만다라트를 작성할 때 중요한 팁은 '명사' 위주로 적는 것입니다. '편리하게 해준다' 같은 서술어는 사고를 닫아버리지만, '스마트폰', '앱', '버튼' 같은 명사는 시각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상 작용을 돕습니다. 그리고 너무 깊게 고민하지 마세요. 질보다 양입니다. 81칸을 다 채우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아야 합니다. 일단 채워 넣고 나면, 그중에서 쓸모없는 것들은 지우면 그만입니다. 완벽주의는 브레인스토밍의 가장 큰 적입니다. 엉뚱한 단어라도 일단 적으세요. '반려동물' 옆에 '우주여행'을 적어도 됩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먼 훗날 반려동물 전용 우주복 사업이 대박 날지 말입니다. 황당해 보이는 단어 속에 혁신의 씨앗이 숨겨져 있을 수 있습니다.
랜덤 워드 기법: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충돌시켜라
때로는 논리적인 사고가 오히려 창의력을 방해할 때가 있습니다. "A니까 당연히 B지"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새로운 발상이 나오지 않는 것이죠. 이럴 때 필요한 충격 요법이 바로 '랜덤 워드(Random Word)' 기법입니다. 방법은 아주 쉽습니다. 사전을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눈에 띄는 단어 하나를 찍으세요. 혹은 눈앞에 보이는 물건 아무거나 집으세요. 그리고 그 단어를 당신의 사업 주제와 억지로 연결해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카페 창업'을 준비 중인데, 랜덤 단어로 '신호등'이 나왔다고 칩시다. "카페와 신호등? 말이 안 되잖아?"라고 생각하지 말고, 억지로라도 연결 고리를 만들어보세요. "손님이 많을 때는 빨간 불을 켜서 주문을 잠시 멈추고, 한가할 때는 초록 불을 켜서 할인을 해주는 시스템은 어떨까?", "음료의 카페인 함량에 따라 빨강(고카페인), 노랑(중카페인), 초록(디카페인) 컵을 쓰면 어떨까?"
이 엉뚱한 충돌은 뇌에 신선한 자극을 줍니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뇌 회로를 강제로 연결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는 것이죠. 스티브 잡스는 "창의성은 단지 사물을 연결하는 것이다(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라고 말했습니다. 혁신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들의 낯선 조합에서 탄생합니다. 랜덤 워드 기법은 바로 그 '낯선 조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훈련입니다. 혼자 해도 좋지만, 팀원들과 함께하면 더 폭발적인 시너지가 납니다. 서로 전혀 상관없는 단어를 던져주고 "이걸 우리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래?"라고 물어보세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웃고 떠드는 사이에, 세상을 놀라게 할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다. 사업계획서는 진지하게 써야 하지만, 아이디어 발상은 놀이처럼 가볍고 즐거워야 합니다.
마인드맵: 생각의 지도를 그리다
만다라트가 구조적인 확장을 돕고, 랜덤 워드가 엉뚱한 확장을 돕는다면, '마인드맵(Mind Map)'은 자유로운 확장을 위한 최고의 도구입니다. 종이 한가운데 핵심 주제를 적고,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생각의 줄기를 그려나가는 방식입니다. 마인드맵의 장점은 생각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생각이 어디서 파생되었는지, 어떤 아이디어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죠. 특히 글자만 쓰는 것이 아니라 그림, 기호, 색깔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면 우뇌를 자극하여 직관적인 사고를 돕습니다.
마인드맵을 그릴 때는 '비판 금지'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이건 너무 유치해", "이건 비용이 많이 들어" 같은 현실적인 제약은 잠시 꺼두세요. 마인드맵은 가능성의 영토를 넓히는 작업이지,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작업이 아닙니다. 가지를 뻗어나가다 보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수도 있고, 엉뚱한 곳으로 튈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 모든 과정이 당신의 머릿속 지도를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나중에 이 지도를 보며 "이 부분과 저 부분을 합치면 재미있겠는데?" 하며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디어는 정해진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덤불을 헤치고 없는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견됩니다. 당신만의 생각 지도를 마음껏 펼쳐보세요. 그 끝에 당신이 찾던 보물섬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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