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삼척의 깊은 산자락에 자리한 도계역 철도마을은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이다. 한때 석탄 산업으로 활기가 넘치던 이 지역은 산업이 사라진 뒤, 그 흔적을 감성적인 여행지로 재탄생시켰다. 도계역은 1950년대에 개통된 오래된 간이역으로, 지금은 ‘철도문화체험마을’로 운영되며 옛 철도시설과 마을의 일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낡은 선로 위에는 폐열차를 개조한 전시관과 카페가 자리하고, 철도 모형과 역사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에게는 체험학습의 장소로,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무대로 사랑받는다. 바람이 스치는 철길을 따라 걸으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듯한 묘한 감성이 여행자를 감싸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도계역의 역사와 재생, 산업의 흔적을 예술로 되살리다
도계역은 삼척선의 주요 간이역으로, 한때 석탄 운송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수많은 광부들과 화물열차가 오가며 산업의 심장 역할을 했지만,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역도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그러나 지역 주민과 삼척시가 협력해 ‘철도마을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역은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지금의 도계역은 과거의 산업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감성을 입힌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역사관에는 당시 사용된 철도 장비, 광부들의 생활용품, 기관사의 근무 일지가 전시되어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준다. 특히 ‘탄광과 철도’ 전시는 근대 산업의 뿌리를 보여주는 귀한 자료로, 방문객들이 한국 산업의 발전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역사 건물 외부에는 옛 철길을 따라 ‘빛의 철로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밤이 되면 레일을 따라 조명이 켜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버려졌던 철도 마을이 이렇게 ‘문화와 예술의 무대’로 재탄생한 모습은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로도 평가받는다. 도계역의 재생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지역의 기억을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가는 ‘살아 있는 역사’라 할 수 있다.
철도마을의 감성 공간, 카페와 전시 그리고 마을의 일상
도계역 철도마을의 또 다른 매력은 일상과 감성이 어우러진 공간 구성이다. 역사를 따라 들어서면 ‘열차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실제 사용하던 기관차를 개조해 만든 카페로, 외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를 현대적으로 꾸며 두었다. 창밖으로는 폐선로가 이어지고, 그 뒤로는 산과 하늘이 맞닿은 전경이 펼쳐진다. 카페 메뉴는 지역 특산물과 연계된 메뉴가 많다. 도계산 자두청으로 만든 자두에이드, 강원도 우유로 만든 라떼 등이 인기다. 방문객들은 오래된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철길 위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라는 리뷰가 많을 정도로 분위기가 특별하다. 또한 역 인근에는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철도마을공방’이 있다. 이곳에서는 석탄가루를 활용한 미니 조형물이나 기차 모양 자석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참여할 수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 특히 인기다. 인근에는 네이버 평점 4.7점의 ‘카페 레일앤라이트’가 위치한다. 내부는 빈티지 철도 부품으로 꾸며져 있으며, 창가석에서는 실제 철도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은 그 자체로 도계의 추억을 완성시켜 준다.
추억이 머무는 철길 위의 하루
삼척 도계역 철도마을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된 것의 가치와 시간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한때 산업의 중심이었던 곳이 이제는 여행자의 감성을 채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철길 위를 걷다 보면 과거의 흔적이 발 아래서 속삭이는 듯하고, 그 속에서 ‘지나간 시간도 여전히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낡은 철로, 녹슨 표지판, 그리고 그 옆에서 피어나는 들꽃은 이곳의 상징과도 같다. 그 모든 풍경이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영화 속 장면처럼 느껴진다. 철도마을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역 플랫폼에 서면, 멀리 사라지는 선로 끝으로 시선이 향한다. 그 순간 여행자는 깨닫는다.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과 마음을 되찾는 곳’이라는 것을. 삼척 도계역 철도마을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멈춤의 미학’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찾을 때마다 새로움을 느끼며, 다시 한 번 느린 여행의 가치를 되새긴다. 추억과 낭만이 머무는 이 마을에서의 하루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