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북쪽을 지키는 금정산은 도시의 번잡함을 벗어나 자연과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산이다. 그 품 안에 자리한 범어사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고찰로, 자연과 신앙이 조화를 이룬 부산의 대표 문화유산이다. 아침의 안개 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와 바람에 스치는 솔향은 마음을 맑게 하고,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한다. 금정산의 능선은 완만하면서도 웅장하며, 사계절 내내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봄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산길을 물들이고, 여름에는 초록이 터널처럼 이어진다. 가을이면 단풍이 산사(山寺)를 감싸고,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범어사로 오르는 길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앙의 길이 공존한다. 절집 곳곳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고, 돌계단을 밟을 때마다 고요함이 마음속에 스며든다. 산과 사찰, 그리고 산 아래의 부산 음식들이 어우러진 하루는 그 자체로 여행의 완성이다.
금정산 등산 코스와 자연이 선사하는 힐링
금정산은 해발 801m로 부산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코스가 다양해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범어사역–범어사–금정산성 북문–금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이 구간은 왕복 약 4시간이 소요되며, 사찰 탐방과 산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범어사 입구에서 시작해 천천히 오르다 보면,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길을 안내한다. 봄에는 진달래와 산벚꽃이 산길을 물들이고, 여름에는 숲의 그늘이 시원한 그늘막이 된다. 길 중간에는 맑은 계곡이 흐르고, 바위 위에 앉아 잠시 쉬면 바람 소리가 마음을 정화시킨다. 금정산의 정상에 오르면 부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해운대와 광안대교가, 서쪽으로는 낙동강과 구포대교가 멀리 보인다. 구름이 낮게 깔리는 날에는 도시 위로 안개가 흘러가며,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정상 인근에는 금정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성된 이 산성은 총 둘레가 약 17km로, 한국에서 가장 큰 산성 중 하나다. 오래된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역사의 무게와 함께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하산길에는 ‘남문 코스’를 추천한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범어사 일주문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길이 나오며,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손길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진정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범어사 탐방과 금정동 미식 여행
범어사는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13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절 이름의 의미는 ‘부처가 머무는 연못’으로, 신성함과 평온함을 상징한다. 사찰 입구의 일주문을 지나면 고즈넉한 돌계단이 이어지고, 양옆으로 오래된 전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국보 제250호인 ‘범어사 삼층석탑’이다. 석탑 주변으로는 연못과 종각, 대웅전이 자리하며, 조각 하나하나에서 장인의 세밀한 손길이 느껴진다. 대웅전 앞마당에 서면, 산새 소리와 함께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이곳의 공기는 도심과 다르다. 느리고 고요하며, 자연의 시간에 맞춰 흐른다. 범어사에서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참가자는 스님들과 함께 참선, 예불, 발우공양을 체험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하산 후에는 금정동 일대의 미식 여행이 기다린다. ‘금정산 손칼국수 거리’에서는 직접 반죽한 면발과 진한 멸치 육수의 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추천하는 ‘산성막걸리 마을’도 꼭 들러볼 만하다. 막걸리 한 잔에 파전 한 점을 곁들이면 등산의 피로가 사라진다. 조용한 사찰의 고즈넉함과 부산 특유의 푸근한 맛이 어우러진 범어사 일대는, 하루 여행으로 완벽하다.
자연과 문화가 만든 부산의 하루
금정산과 범어사는 부산이 가진 두 얼굴 — 역동과 고요 — 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소다. 도시의 활기 속에서도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며, 사람들은 이곳에서 일상의 균형을 되찾는다. 정상에서 본 도시의 풍경은 인간이 만든 문명의 아름다움을, 범어사에서 느낀 고요한 시간은 자연이 전한 위로를 담고 있다. 등산의 땀방울, 사찰의 종소리, 그리고 막걸리의 한 모금까지 하루의 모든 순간이 조화롭게 이어진다. 돌아오는 길, 노을이 산을 붉게 물들이면 여행의 여운은 더욱 깊어진다. 금정산과 범어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부산의 삶과 정신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미식이 함께 만든 이 하루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부산의 이야기로 완성된다.